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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강남 7억 급락 미스터리
지난달 말 이뤄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 거래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거래가격이 불과 한 달 새 20%가 넘는 7억원가량 급락했기 때문이다. 집값 약세가 확산하며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주택시장 기둥인 강남 집값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받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2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2주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84㎡가 지난달 24일 20억1000만원에 계약해 거래됐다. 4월 30일 같은 층 거래 가격이 27억원이었다. 지난해 최고가가 27억8000만원이었다. 20억원대는 2년 전 가격이다. 한 달 새 7억원이 떨어지며 2년 전 가격으로 내려간 셈이다.
중개업소들은 가격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나와 있는 매물 호가가 28억~30억원이다”며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말이 안되게 낮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당사자 간 직거래여서 중개업소들도 거래 내용을 모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중개거래’가 아닌 매도자·매수자 간 ‘직거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마침 강남 다른 단지들에서도 가격이 하락한 실거래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었다. 힐스테이트1단지 거래는 본격적인 강남 하락세를 알리는 신호로 보기에 충분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를 보면 강남에서 송파구를 제외하고 강남·서초구는 아직 ‘플러스’다.
해당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일반 거래가 아닌 특수관계인인 가족 간 거래로 확인됐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성과 이름 첫 글자가 같다. 주소도 비슷했다. 나이가 40대 초반과 30대 후반이다. 동생에게 시세보다 싸게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가격이 낮으면 매도자는 양도세를, 매수자는 취득세를 줄일 수 있어 양쪽 모두 세금 이익을 볼 수 있다.
시세보다 3억 이상 싸면 증여
하지만 가족 간 시세보다 3억원 이상 저렴한 저가 거래는 세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되레 세금이 더 많다. 시세보다 훨씬 싸게 사는 ‘저가양수’는 증여로 의심받아 매수자가 증여세를 내야 한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시세보다 3억원이 넘는 차액만큼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매긴다. 저가 거래를 통한 우회 증여로 보는 것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가족에게 선의로 싸게 넘기는 것이라 하더라도 세법은 편법 증여로 본다”고 말했다.
힐스테이트1단지 시세를 최근 실거래가 27억원으로 보면 3억9000만원이 증여에 해당한다. 배우자·직계존비속 이외 친족에 해당해 1000만원을 공제받고 증여세가 6400만원이다.
매도자는 양도세를 줄이지도 못한다. 특수관계인 간 저가양도에서 양도세가 거래가격(20억1000만원)이 아닌 시세(27억원)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매도자는 이 아파트를 2016년 13억원에 샀다. 양도차익이 14억원이고 1주택자에 해당하는 세금이 1억7000만원이다. 양도금액을 매수자와 계약한 20억1000만원으로 본다면 양도세가 5000만원이다.
시세보다 7억원 정도 낮춰 1억2000만원가량 적을 것으로 예상한 양도세를 줄이지 못하는 데다 매수자가 6400만원 증여세까지 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아파트 거래가 5월 한 달 사이에 '벼락치기'로 이뤄진 것으로 미뤄 종부세를 피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세무사들은 본다.
매도자는 지난해 지방 전용 192㎡ 아파트를 구입해 올해 1월 힐스테이트1단지에서 이사했다. 힐스테이트1단지를 6월 1일 이전에 팔지 못하면 2주택자로 종부세 중과 적용을 받는다. 두 채 공시가격이 총 31억8400만원으로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종부세 7900만원 등 8600여만원이다. 힐스테이트1단지를 처분하면 지방 아파트 1주택자로 지난해 공시가격 적용을 받아 종부세 30만원 등 보유세가 300만원 정도로 확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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