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잠실 재건축…잠실주공5에 미성·크로바까지 심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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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잠실 재건축…잠실주공5에 미성·크로바까지 심의 통과
[전문가 현장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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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멈췄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재건축 단지가 다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잠실주공5단지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교육환경영향평가를 3년 만에 통과했다. 주민 이주가 끝났지만 설계안이 확정되지 못해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던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아파트 역시 1년 8개월 만에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재건축 정상화를 약속한 오세훈 서울시장 공약대로 잠실 일대 재건축 단지 사업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강남 재건축 최대어 잠실주공5단지
▷최대 걸림돌 교육환경영향평가 통과
서울교육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는 지난 8월 9일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에 대한 심의를 열고 교육환경영향평가 승인을 결정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단지 내 신천초 이전 부지에 관한 사안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준공돼 올해로 44년 차다. 총 가구 수가 3930가구에 달하는 데다 지하철 2호선, 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과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했다. 인근에는 잠실 롯데월드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워낙 입지가 좋아 ‘강남 재건축 대어’ 중 하나로 꼽혔다.
인근에 위치한 잠실주공1~4단지는 이미 2000년대 후반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등으로 재건축이 완료됐다. 반면 5단지는 2003년 추진위원회 구성 이후 18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
특히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중 하나는 교육환경영향평가였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은 2017년 9월 결정된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8년부터 교육환경영향평가에 도전해왔다. 그러나 관련 심의가 3년 넘게 지연되면서 사업 또한 무기한 연기됐다. 그동안 서울시는 교육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잠실5단지 정비계획안을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을 미뤄왔다.
심의가 지연된 이유가 있다. 단지 내 신천초 부지(약 1만4400㎡) 이전과 기부채납을 둘러싼 서울시와 교육청 간 ‘줄다리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신천초 위치를 단지 중심부에서 서측으로 이전하면서 초등학교 부지를 두 개로 늘리고 규모도 8000㎡씩 총 1만6000㎡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교육청에 기부채납하는 부지 규모가 늘어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는 이유 등을 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심의에서는 교육청 요구대로 초등학교 부지로 총 1만6000㎡ 면적을 확보하는 내용이 통과됐다. 서울시가 기존 고수했던 입장을 어느 정도 양보한 셈이다.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합 역시 최근 조합원을 상대로 정비계획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지 내 도시계획도로 유지 여부, 용적률, 상업시설 축소 등에 대한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서울시와 협의에 나서기 위해서다.
집값도 연일 상승세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최근 28억5800만원에 거래돼 1월(23억원)과 비교하면 5억원 이상 올랐다. 최근 호가는 29억~30억원에 달한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다시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변수는 있다. 조합 내부에서도 여러 이견이 많다는 점이다.
도계위는 앞서 2017년 단지 일부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상향해 최고 50층 규모로 지을 수 있게 했다. 총 가구 수가 6402가구로 늘어나고 이 중 427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높은 용적률, 임대주택 비율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서울시 측은 “조합 등과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원만하게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잠실주공5단지는 대치동 은마와 함께 파급력이 큰 단지여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축심의 통과한 미성·크로바
▷총 185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
잠실주공5단지만 재건축 사업 속도를 내는 것은 아니다. 잠실 미성·크로바 역시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8월 10일 건축위원회를 열고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건축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최근 변경된 설계안을 갖고 건축심의를 마쳤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미성·크로바는 지하 3층~지상 35층, 총 185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당초 스카이브리지 3개소와 미디어파사드·커튼월 등 특화 설계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분양가 인상, 도시 경관 저해 등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미성·크로바는 2019년 상반기 이주를 완료했지만 설계안을 확정하지 못해 2년가량 착공이 미뤄져왔다. 지난해에는 설계안을 둘러싸고 조합원 간 갈등이 커지면서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이 대거 교체되기도 했다.
미성·크로바 조합은 이번에 서울시 지적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설계안을 변경하면서도 스카이브리지 1개소와 양쪽 커뮤니티 라운지, 커튼월, 중앙 공원과 실내 체육관, 수영장 등 고급화 전략은 유지했다.
또 롯데타워를 마주하는 입지를 최대한 활용해 전체 14개동에 6m 이상 필로티를 적용하고 실내 층고를 보통 아파트보다 25~30㎝ 높은 260㎝로 해 개방감을 높였다. 10개 안팎 동 최고층에는 롯데타워 조망이 가능한 펜트하우스를 넣기로 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건축심의를 통과한 만큼 변경된 설계안을 토대로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받은 후 빠르면 연내 착공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잠실 일대는 각종 개발 계획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6월 30일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인 복합환승센터가 착공에 들어갔으며, 잠실 마이스(MICE) 사업도 지난 5월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규모 사업에 속도가 나면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올림픽공원까지 올림픽로 약 4㎞ 구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잠실 마이스 사업과 KT송파전화국 부지 복합개발 등으로 업무시설이 더해지면서 이곳 역시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라고 말한다.
잠실주공5단지는 물론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까지 속도를 내면서 전반적인 잠실 일대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실 진주아파트는 연내 착공 계획으로 분양을 검토하고 있으며 잠실우성1·2·3차는 지난 6월 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잠실우성 전용 96㎡는 지난해 말 19억~20억원 선에 거래됐다가 지난 5월 21억원을 넘기며 신고가를 찍기도 했다.
부동산업계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다만 변수는 있다.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점은 서울시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최근 잠실주공5, 압구정, 은마 등 주요 단지 주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재건축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집값이 문제”라면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